경유 가격 상승 1년 새 20%, 전체 물가는 내려갔는데 주유비는 왜 비쌀까

경유 가격 상승 1년 새 20%, 전체 물가는 내려갔는데 주유비는 왜 비쌀까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내려왔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경유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전체 물가상승률은 낮아졌지만 경유 가격 상승 폭은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무려 **20%**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습니다. 8월 3.1%보다 상승률이 낮아졌습니다.

반면 석유류는 11.8% 올랐고 경유는 20% 급등했습니다. 교통비도 전년보다 7.7% 상승했습니다. Reuters

“물가가 내려갔다는데 왜 주유비는 계속 비싸지?”라는 느낌이 틀린 것이 아닌 셈입니다.

물가 2.9%는 가격이 내려갔다는 뜻이 아니다

먼저 소비자물가 숫자를 이해해야 합니다.

물가상승률이 3.1%에서 2.9%로 낮아졌다는 것은 전체적인 가격수준이 전년보다 2.9% 높다는 뜻입니다.

상품 가격이 2.9% 내려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쉽게 말하면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지만 오르는 속도가 이전보다 조금 느려졌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게다가 소비자물가지수에는 식품과 주거, 교통, 외식 등 수많은 품목이 함께 들어갑니다.

일부 품목이 내려가도 기름값은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9월 물가를 낮춘 것은 농축수산물이었다

9월에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보다 0.3% 하락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시행된 정부 대책 등도 전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줬습니다. Reuters

반대로 수입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에서는 상승압력이 계속됐습니다.

공업제품 가격은 전년보다 4.2% 상승했고 그중 석유류가 11.8% 올랐습니다.

그래서 장을 볼 때 느끼는 물가와 주유소에서 느끼는 물가가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경유는 왜 20%나 올랐을까

국내 주유소의 경유 가격은 국제유가 하나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국제 석유제품 가격과 원유가격, 원·달러 환율, 세금, 정유사 공급가격과 주유소 유통비용 등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한국은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기 때문에 국제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원화 가치까지 약해지면 국내 도입비용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원유를 달러로 구입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움직인 만큼 국내 경유 가격이 당일 똑같이 오르내리는 구조는 아닙니다.

유류세 인하 중인데 왜 비쌀까

유류세 인하가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세금 부담을 원래 수준보다 낮추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국제가격과 환율 상승까지 모두 없애주는 것은 아닙니다.

기름의 세전 가격이 크게 오르면 세금을 일부 낮춘 상태에서도 최종 판매가격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어제 쓴 유류세 글에서도 살펴봤듯 유류세 인하가 연장됐다고 그날부터 주유소 가격이 새롭게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인하조치가 유지되면서 세금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갈 경우 생길 추가 상승을 막는 효과에 가깝습니다.

경유차 운전자가 더 민감하게 느끼는 이유

경유차는 장거리 운행이 많은 운전자와 영업용 차량에서 많이 사용됩니다.

한 달 주행거리가 짧다면 리터당 가격이 조금 올라가도 전체 지출 변화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수십 또는 수백 km를 운전한다면 작은 가격차도 월 단위에서는 큰 비용이 됩니다.

화물운송이나 배송처럼 연료비가 사업비용과 직접 연결되는 업종은 더 민감합니다.

그래서 경유 가격 상승은 개인의 주유비뿐 아니라 물류비를 통해 다른 상품가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휘발유차보다 경유차가 무조건 불리해진 걸까

현재 경유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차의 경제성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차량별 연비와 실제 주행거리, 자동차 가격, 보험료, 정비비 등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비가 높은 경유차로 매달 장거리를 주행하는 사람과 도심에서 짧은 거리만 운전하는 사람은 같은 기름값에서도 결과가 다릅니다.

차를 바꿀 계획이라면 현재 주유가격 한 번만 보고 결정하기보다 최근 몇 년간의 연료비와 자신의 연간 주행거리를 함께 계산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름값은 언제 내려갈까

이 질문에 정확한 날짜를 정해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 국제유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환율이 안정되는지, 국내 세금정책이 어떻게 바뀌는지가 모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제 석유시장은 지정학적 상황과 산유국의 생산정책에 민감하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단기적인 가격 하나보다 몇 주 동안 국제유가와 국내 평균 주유가격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보는 편이 낫습니다.

주유할 때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운전자가 국제유가나 환율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대신 주변 주유소의 가격차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지역에서도 주유소에 따라 리터당 가격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이동경로 안에 있는 주유소를 비교하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다만 몇 원 저렴한 주유소를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면 절약한 금액보다 추가로 소비한 연료가 많아질 수 있습니다.

차량의 타이어 공기압과 불필요한 공회전, 급가속 같은 연비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관리하는 것도 장기적인 연료비에는 영향을 줍니다.

물가와 내 생활비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9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로 8월보다 낮아졌지만 석유류는 11.8%, 경유 가격 상승 폭은 20%에 달했습니다. Reuters

전체 평균과 개인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의 가격은 다르기 때문에 체감물가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매일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농산물 가격 하락보다 주유비 상승이 훨씬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기름값을 볼 때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나만 보는 것보다 국제유가·환율·국내 석유제품 가격과 유류세 정책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실제 주유비 흐름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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